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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등산학교 동행취재기3
코오롱 등산학교 동행취재기3
  • 강우영 기자
  • 승인 2018.04.16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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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믿는다, 고로 나는 오른다”
4월 15일 북한산 백운대 정상 부근 암벽 구간에서 원종민 강사가 짝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우영 기자
4월 15일 북한산 백운대 정상 부근 암벽 구간에서 원종민 강사가 짝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우영 기자

4월 15일 오전 9시 북한산 백운대 정상 부근은 아침 안개로 흐릿했다. 날씨는 두툼한 보온 재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쌀쌀했다. 교육생들은 암벽 아래 길게 늘어서서 강사들의 시범 등반을 보았다. 80도~90도 가까운 암벽이 하늘로 뻗어있다. 교육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이곳을 올라야 한다. 서늘한 날씨에 암벽에서 전해오는 냉기까지 더 해 뼛속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이날 교육은 코오롱 등산학교 67기 정규반 3주 차 교육으로 다양한 암벽이 교육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67기 36명(2명 불참)은 기존 정규반 조와 상관없이 9개 조를 새롭게 편성해 9곳의 실습 구간을 돌며 암벽 등반에 나선다. 하강과 매듭법, 확보물 구간이 총 4곳이며 나머지 5곳이 암벽 등반 구간이다. 5번 코스부터 9번 코스가 등반 코스인데 스테밍과, 재밍, 페이스, 디에드르, 레이백 크랙이 기다리고 있다. 각 구간당 소요시간은 40분 정도다.

이들 암벽의 난이도는 5.8~5.9 등급으로 5.8은 동작 중 두 지점이 불확실하거나 한 지점이 확실하나 나머지 한 지점은 매우 힘든 구간으로 암벽초보자는 추락할 위험이 상시 공존하는 등급이다. 초보자들에게는 어려운 구간인 셈이다.

교육생들은 먼저 5명의 강사들의 구간 별 시범을 본 뒤 스테밍과 레이백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이날 교육은 다양한 암벽 구간에서 짝힘을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하는지를 실습하는 훈련이다. 짝힘은 간단하게 말해서 미는 힘과 당기는 힘을 동시에 사용하는 걸 말한다.

기자는 로테이션 4조에 편성됐다. 4조는 김민정(38), 김현경(38), 김고운(36), 조우주(31) 교육생 등 총 5명이다. 4조는 확보물 설치 교육을 마친 후 첫 암벽 등반에 나섰다. 첫 등반 구간은 스테밍 등반으로 5곳 중 그나마 쉬운 구간이다. 역시 짝힘을 이용해서 오른다.

우석주 강사가 스테밍 구간에서 교육생 실습을 도왔다. 우 강사는 2013년 에베레스트(8848M)를 등정했고 현재 코오롱 등산학교 2년 차 강사다. 남자 조원들이 먼저 등반하고 여자 조원들이 차례로 오르기로 했다.

김고운 교육생이 스테밍 구간에서 등반하고 있다. 강우영 기자
김고운(우측 상단) 교육생이 스테밍 구간에서 등반하고 있다. 강우영 기자

이 구간은 다리를 벌려 양발로 각각 반대 방향의 풋 홀드를 딛으며 오르면 된다. 우 강사의 설명이 듣기는 쉬운데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1피치 2/3 지점 우측에서 약간 볼록하게 튀어나온 바위 형태때문에 교육생들이 애를 먹는다. 그 구간에서 김고운과 조우주 교육생이 서너 차례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올랐다. 기자도 몇 번이나 미끄러지다 첫 등반에 성공하고 하강했다. 스포츠 클라이밍 경험이 있는 김민정 교육생만 능수능란하게 올랐다.

한 조당 2개 구간을 로테이션한 뒤 점심 식사를 마쳤다. 오후가 되면서 날이 조금씩 풀렸고 교육생들도 오전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암벽에 섰다. 4조는 원종민 강사가 기다리는 재밍 크랙으로 자리를 옮겼다. 원 강사는 2011년 캐나다 로터스플라워(2650M)를 등정하고 올해 초까지 코오롱 등산학교 교무를 담당했다. 원 강사는 교육생들에게 재밍 장갑을 착용해서 손과 발을 크랙에 집어넣고 비트는 재밍 기술을 가르쳤다. 원 강사는 무엇보다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스스로 못 할 거라는 한계를 짓지 마세요. 한계를 짓는 순간 절대 오를 수 없어요.”

원 강사는 이 말과 함께 스테밍 등반 중 중도에 내려온 김현경 교육생에게 ‘엄마’라고 소리지르고 싶으면 악을 쓰면서 올라서라고 화이팅을 요구했다.

김현경 교육생이 다시 암벽에 섰다. 원 강사가 지시한 위치에 재밍 동작으로 손과 발을 이용해 올랐다. 정신무장을 해서일까 스테밍 등반보다 수월하게 1피치를 찍고 내려왔다. 다음은 기자의 차례. 제대로 된 자세로 오르지는 못해도 어떻게든 올라보자고 속으로 다독였다.

재밍 크랙은 손과 발을 크랙 사이에 집어넣어 비튼 뒤 힘을 줘 오르는 구간이다. 중간 지점까지는 힘으로 억지로 이동했는데 마지막 구간에서 힘이 떨어지고 손과 발을 하나의 크랙에 넣고 올라야 하는 구간에서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구가 계속 끌어내린다.

원종민 강사가 아래에서 계속 ‘일어서! 일어서!’를 연발했다. 마지막으로 오른발을 크랙에 끼우고 무릎을 피는 순간 원 강사의 하강 지시가 떨어졌다. 손에서 힘이 탁 풀리면서 아래로 내려온다. 확보지점에 내려오자 원 강사가 기자의 양쪽 어깨를 두드리며 한마디 한다.

“아니 덩치가 이렇게 좋은데... 아... 물근육이네.”

김민정 교육생이 왼발로 크랙에 재밍해 오르고 있다. 강우영 기자
김민정 교육생이 왼발을 크랙에 재밍해 오르고 있다. 강우영 기자

“나는 믿는다! 고로 나는 오른다”

7번 구간은 페이스 크랙으로 안경채 강사가 기다리고 있다. 페이스는 80~90도의 직벽 경사면을 말하는데, 균형이 좋을수록 안정된 등반이 가능하다. 4조의 에이스 김민정 교육생이 두각을 나타낸다. 한 동작 한 동작이 끊김이 없고 균형이 잡힌 상태에서 가볍게 오르고 내린다. 숨조차 헐떡거리지 않는다. 다른 교육생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안 강사는 2005년 토왕성 빙벽대회에서 난위도 3위에 입상했고 현재 부평 클라이밍센터를 운영중이다. 강사 중에서 가장 목소리가 크고 우렁차다. 이날도 어김없이 안 강사의 화이팅 소리가 암벽을 때린다. 그 소리가 교육생의 엉덩이를 받쳐주듯 에너지를 발산한다.

페이스 크랙은 릿지화 바닥을 암벽과 최대한 밀착시킨 뒤 두 손으로 이동하면서 올라야 한다. 4조에서 신장이 가장 좋은 김고운 교육생이 다음으로 오른다. 페이스 크랙 중간 지점에서 왼손바닥을 하늘을 보게 해 크랙을 잡고 오른손으로 힘을 줘 올라가야 하는데 방금 전 재밍 크랙에서 힘을 소진한 상태. 김 교육생이 크랙 중반에서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가 튀어나오면서 웃음바다가 된다.

“와~ 손에 힘이 없어요.”

이동윤 강사가 디에드리 크랙을 오르는 모습을 시범 보이고 있다. 강우영 기자
이동윤 강사가 디에드르 크랙에 오르는 모습을 시범 보이고 있다. 강우영 기자

기자가 속한 조는 이제 디에드르와 레이백 크랙을 남겨두고 있다. 드에드르 크랙은 이동윤 강사가 기다리고 있다. 이 강사는 지난 2006년 요세미테 엘캐피탄(1098M)을 등반하고 현재 북한산국립공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강사는 시종일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디에드르는 책을 펼쳐 놓은 듯한 모양이라고 해서 오픈북이라고도 하는데 역시 짝힘을 이용해서 오른다. 

“등반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두 번 등반하고 다섯 번 확보를 보는 것입니다.”

이 강사는 등반은 혼자 할 수 없기에 동료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플라스틱 카드를 자주 내놓으면 더욱 좋다면서 교육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 강사는 조원들이 한 번씩 시도한 뒤에 자신이 한 번 더 시범을 보였는데 마치 능숙한 춤꾼이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고 춤을 추듯 날렵한 등반을 선보여 교육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4조 교육생들은 크랙 구간을 지날 때마다 처음과는 다르게 웃음과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4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조의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지난주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주 슬랩과 비교하면 이날 구간이 훨씬 더 어려운 암벽인데 말이다. ‘아! 그들이 믿기 시작했구나’

페이스 크랙에서 웃음을 선사했던 김고운 교육생이 심기일전 디에드르 크랙 1피치 정상을 찍고 내려온다. 박수가 터진다.

긴장이 풀렸던 것도 잠시 이제 가장 어려운 레이백 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레이백 구간은 시작부터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오른쪽 발로 크랙을 밀고 두 손으로 잡아 당기면서 올라야 한다. 짝힘 동작을 사용하는데 완력과 근력이 필요하다. 이기범 강사가 오른손과 왼손의 위치를 알려주는데, 교육생들이 지쳐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오른손을 얘기하는데 왼손을 움직인다. 이 강사가 하강을 지시하며 긴장 풀린 교육생들을 따끔하게 꾸짖는다.

“긴장 늦추지 말고 집중하세요. 안되도 끝까지 한번 해보세요.”

이 강사는 2002년 남미 파타고니아 세로토레(3102M)를 한국 최초 등정하고 2013년 네팔 랑탕 히말라야 체르코피크(5800M)를 등정했다.

이기범 강사가 김민정 교육생에게 발 디딜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강우영 기자
이기범 강사가 김민정 교육생에게 발 디딜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강우영 기자

로테이션 4조는 5개 암벽 구간을 모두 돌고 한숨을 돌렸다. 이제 하강과 하강 중 정지, 매듭법만 교육하면 이날 교육은 끝이다. 이 세 가지 교육도 허투루 할 수 없다.

암벽 구간에서 5명의 강사들의 교육 방법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우석주 강사는 차근차근 설명하고 FM으로 진행했다. 교육생이 오를 수 있도록 홀드 위치를 하나하나 알려준다. 원종민 강사는 포기를 모른다. 끝까지 해볼 것을 권한다. 교육생이 하강하고 싶다고 해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안경채 강사는 목소리로 시작해서 목소리로 끝낸다. 교육생이 하강을 원하면 쿨하게 하강을 지시한다. 이동윤 강사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교육생들의 긴장을 풀고 암벽을 즐겁게 오르게 한다. 이기범 강사는 매섭다. 느슨했던 로프를 다시 조이듯 교육생들의 집중력을 높인다.

강사들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교육생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게 하고 오를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북돋아 준다는 것이다. 5개 암벽 구간을 마친 4조 교육생들은 나머지 하강법과 매듭법을 차례로 교육했다. 다른 조들도 똑같은 로테이션 교육을 받았다.

이날 교육은 교육생들이 암벽 등반 시 훈련만 제대로 하면 안전하게 암벽 등반을 즐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오르려고 하고 오를 수 있었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이날 교육이 끝이 났는데 기자의 손은 영광(?)의 상처투성이였다. 기자도 생각했다. ‘나도 믿는다. 그리고 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