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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등산학교 동행취재기5
코오롱 등산학교 동행취재기5
  • 강우영 기자
  • 승인 2018.05.09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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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피치 오르면 또 다른 세계가 눈앞에”
코오롱 등산학교 67기 4조 교육생들이 노적봉 등반을 준비하고 있다. 안경채(사진 상단) 강사가 선등자로 올라서고 있다. 사진제공 서홍근 

4월 29일 오전 9시 노적봉 서면 하단에 코오롱 등산학교 67기 4조 교육생들과 강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카라비너와 확보기를 챙겼다. 안전모까지 쓰고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암벽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지금까지 총 4주에 걸쳐 8번의 교육을 마쳤고 이제 실제 암벽에 오르는 순간이다.

코오롱 등산학교 67기 교육생들의 5주차 교육은 조별로 노적봉에 오르는 것이다. 노적봉에는 다양한 코스가 있는데 이중 1조 뫼우리2, 2조 워킹, 3조 반도A, 4조 누운침니, 5조 오아시스의 여인과 광클사랑A 코스로 오른다.

기자가 속한 4조는 누운침니로 오른다. 침니가 누웠다고 하니 어떤 형태인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침니 구간이 가장 힘든 곳이 될 것이라는 정도뿐이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이제 실제 암벽에서 써먹어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4조가 오를 순서도 정해졌다. 먼저 안경채 강사가 선등자로 나선다. 안 강사 뒤로 이정인 교육생이 오른다. 두 번째 등반자는 선등자와 후등자 모두를 확보해야 하므로 경험이 많은 이 교육생이 두 번째로 등반한다. 이어 이도겸, 기자, 서홍근 교육생 순으로 오른다. 4조의 작전은 암벽 등반에 가장 미숙한 기자를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오르게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4조에서 가장 젊은 두 사람 사이에 기자를 배치했다.

4명의 교육생이 오르면 바로 오호근 강사가 뒤를 잇는다. 4조 교육생은 총 7명으로 오 강사가 앞서 오른 교육생과 뒤에서 올라오는 교육생 중간에서 양쪽 모두를 컨트롤한다. 오 강사 뒤로 황성하, 김은미, 최병욱 교육생이 오른다. 최 교육생은 4조에서 가장 연장자로 경험도 있고 노련해 가장 마지막 순서에 배치했다. 마지막 등반자는 모든 조원이 다 오른 뒤에 등반해야 하기에 긴장감이 더 크다. 게다가 퀵도르 등 장비를 챙겨야 하기에 침착하고 노련한 교육생을 후미에 세웠다.

4조 교육생들이 오른 누운침니는 총 10피치로 6-7피치 구간이 누운침니구간이다. 붉은선은 이동 경로. 강우영 기자
4조 교육생들이 오른 누운침니는 총 10피치로 6-7피치 구간이 누운침니구간이다. 붉은선은 이동 경로. 강우영 기자

오전 9시 30분 제일 먼저 안 강사가 선등자로 오른다. 이정인 교육생이 선등자 확보에 나섰다. 4조는 확보지점에서 최대 3명이 대기한다. 한 명이 출발하면 하단에서 한 명이 출발해 항상 3명만 대기하도록 했다. 이정인 교육생이 오르고 이도겸 교육생도 암벽에 오른다. 기자가 출발할 때 안 강사가 다음 피치로 출발했다. 1피치에서 3피치까지는 완만한 중앙슬랩 구간으로 교육생 모두 무리 없이 올랐다. 3피치에서 숨을 고른 4조는 4-5피치의 서북횡단코스 일명 트래버스 구간을 지났다. 여기까지도 큰 무리가 없다.

트래버스 구간을 지나면 튀어나온 바위를 올라선 뒤 본격적인 침니구간으로 접어든다. 여기가 바로 누운침니. 침니는 침니 사이로 몸을 집어넣은 뒤 몸을 비틀면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침니 구간이 넓지 않아 쉽지 않다. 3주차 교육에서 실습했던 스테밍 기법으로 침니구간을 오른다. 최대한 다리를 넓게 벌려 양발로 발 홀드를 취하고 그 힘으로 한 발 한 발 오른다.

6피치에서 이정인, 이도겸, 기자 3명이 대기하다 출발신호와 함께 이정인 교육생이 침니 구간을 돌파한다. 침니는 두 피치로 대략 40m 정도다. 하단에서 올려다보는 느낌은 거의 수직에 가깝다. 이 교육생이 노련한 자세로 한 발 한 발 올라선다. 마지막 구간에서 힘이 부치는지 괴성이 터져나온다. 출발을 기다리는 이도겸 교육생과 기자, 그리고 막 올라온 서홍근 교육생이 일순간 긴장한다. '아...'

서홍근 교육생이 누운침니 구간을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 이정인
서홍근 교육생이 누운침니 구간을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 이정인

다음으로 이도겸 교육생이 심호흡을 하고 침니에 오른다. 암벽등반은 서두르면 안된다. 발 디딜 곳을 정확하게 눈으로 확인하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올라야 한다. 작은 틈이나 조금이라도 튀어나온 부분이 있으면 무게 중심을 주고 디디면 미끄러지지 않는다. 이날은 날씨가 무척 맑아 시야 확보도 좋고 바위면도 미끄럽지 않았다. 이도겸 교육생이 조금씩 위로 오른다. 역시 이정인 교육생이 소리를 질렀던 곳에서 이 교육생도 큰 숨을 토해낸다. ‘으아~’

다음은 기자의 차례. 기자가 출발할 때 중간지점에서 컨트롤하던 오호근 강사가 올라왔다. 강사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긴장된다. 기자도 호흡을 가다듬고 침니 구간으로 들어선다. 1피치에서 5피치까지 무난하게 올라왔던 터라 어느 정도 자신감이 쌓인 상태. 다리를 최대한 벌려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지난 3주차 교육 때 침니 구간을 절반밖에 오르지 못해 내심 걱정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미끄러지지 않는다. 기자도 무난하게 침니 구간을 돌파한다. 역시나 마지막 구간에서 숨소리가 커진다. 자기확보를 마치고 크게 외친다. ‘완료!’

노적봉 남면에서 바라본 모습. 누운침니 구간을 확연하게 볼 수 있다. 강우영 기자
노적봉 남면에서 바라본 모습. 누운침니 구간을 확연하게 볼 수 있다. 강우영 기자

침니를 통과하니 그제서야 암벽 반대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파란 하늘에 탁 트인 정경, 맞은편에 용출봉이 내려다보인다. 까마귀가 하늘에서 너울을 타듯 난다. 방금 올라올 때 가졌던 극도의 긴장감은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바뀌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 맛에 암벽을 타는구나!’

7피치에서 8피치까지는 완만한 슬랩구간으로 오르기 쉬웠다. 8피치에서 기자와 서홍근 교육생이 오호근 강사와 다른 교육생을 기다렸다. 서홍근 교육생은 “인생의 첫 암벽등반이 노적봉이네요. 왜 오르나 싶다가도 올라보니 알겠고, 무서운데 멋지고, 힘든데 보람차네요.”라고 첫 등반 소감을 말했다. 4주 여덟 번의 교육으로 암벽을 오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8피치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오호근 강사와 다른 교육생들이 침니구간을 모두 돌파하면서 기자와 서홍근 교육생도 다음 피치로 이동했다. 9피치와 10피치는 완만한 구간으로 쉽게 올랐다. 9피치에서 카메라를 꺼낸 기자는 후등자들이 올라오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최병욱 교육생을 끝으로 4조 교육생 모두 안전하게 누운침니를 등반하고 노적봉 정상에 올랐다. 가장 후등에 선 최 교육생에게 소감을 물었다.

“워킹이 비디오라면 암벽등반은 사진과 같아요. 워킹 중에는 가능한 모든 경치를 연속적으로 볼 수 있지만, 암벽에서는 해당 피치 확보점에서 허용되는 특정 경치만 볼 수 있어요. 등반 중 홀드를 찾느라 정신이 없어 대부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기란 매우 불가능해요. 확보점에서는 좁은 테라스에 확보줄로 매여있어 이동이 어려워 시야가 한정되지만 워킹산행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그 경치는 등반피치를 더해갈수록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점점 더 환상적으로 변해가지요. 이 점이 암벽등반의 매력 중 하나죠.”

4조 교육생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해 오후 2시 30분경 노적봉 정상에 올라 5시간 가량 소요됐다. 4조는 이날 노적봉 등정을 완료해 한층 더 자신감을 갖게됐다. 코오롱 등산학교 67기는 이제 5월 둘째주 마지막 훈련과 인수봉 등반을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코오롱 등산학교 67기 4조 교육생들과 강사들이 노적봉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병욱(좌측), 황성하, 서홍근, 안경채, 오호근, 이정인, 김은미, 이도겸, 강우영.
코오롱 등산학교 67기 4조 교육생들과 강사들이 노적봉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병욱(좌측), 황성하, 서홍근, 안경채, 오호근, 이정인, 김은미, 이도겸, 강우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