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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등산학교 동행취재기를 마치며
코오롱 등산학교 동행취재기를 마치며
  • 강우영 기자
  • 승인 2018.05.21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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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클라임?”
지난 5월 13일 코오롱 등산학교 67기 정규반 교육생들이 6주간의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했다. 강우영 기자
지난 5월 13일 코오롱 등산학교 67기 정규반 교육생들이 6주간의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했다. 졸업생들과 강사진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우영 기자

북한산 하루재 고개를 넘을 때, 우리는 본다. 인수봉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클라이머들을 본다. 그 점들이 하나둘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 2018년 5월 우리는 달라진 자신을 본다. 우리는 이제, 보는 자에서 보이는 자가 되었다. 우리는 어렴풋이 안다. 그들이 왜 그 벽에 붙어 씨름하는지. 이제 그들이 우리가 되었다.

지난 5월 13일 코오롱 등산학교 67기 교육생들은 6주 동안의 교육을 모두 마치고 졸업했다. 교육생 38명 중 3명이 중도에 하차하고 35명이 아무런 사고 없이 졸업했다. 67기 교육생들은 지난 6주 동안 등반의 기초와 등반 이론, 등산의 역사와 알피니즘, 그리고 실제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암벽등반 이론과 기술을 배우고 노적봉과 인수봉 등반을 마지막으로 정규반의 모든 과정을 마쳤다.

등산학교를 졸업하고 한 주가 지났다. 이제 벽에 섰을 때 느꼈던 자신의 초라함과 극도의 긴장감도 사라지고 없다. 암벽에 설 때마다 긴장감 때문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아랫배의 복통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이건 뭐지. 이 공허함. 삶에서 이런 공포감과 짜릿함을 경험해 본 적이 있던가. 기억도 가물가물한 군대 훈련 때 말고는 기억에 없다.

3주 차 로테이션 교육에서 기자는 5개의 암벽 중 2개만 올랐고, 나머지 3개는 시도했지만, 끝내 오르지 못했다. 평소 등산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건만, '나는 암벽과는 맞지 않다'고 느꼈다. '난 왜 하지 못하지' 마음이 다급해졌다. 행동이 커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4주(횟수로는 8회) 훈련으로 노적봉과 인수봉에 오를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았다.

“인수봉에 오른 사람과 오르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한다”

이용대 코오롱 등산학교 명예교장이 졸업식에서 한 말이다. 그만큼 인수봉에 오른 사람도 극소수이며 오르기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자 역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수봉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이해 불가’의 대상으로 여겼으니 말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북한산은 매년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위험한 산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인수봉을 등반하다 대형 참사가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암벽등반은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안전규범을 지키면 위험하지 않다.

우리는 왜 등산을 배우러 이곳까지 왔을까. 무엇이 우리를 이끌게 했을까. 윤재학 교장의 말처럼 우리는 스스로 선택해서 등산학교에 발을 디뎠다. ‘무상의 행위’라는 등반을 위해서 말이다. 이제 기자와 함께 암벽에 올랐던 67기 교육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그들은 왜 등산을 배우기 위해 학교까지 왔으며 코오롱 등산학교는 그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열정 하나로 도전했지요”

최영숙 교육생이 이기범 강사에게 졸업장을 받고 있다. 강우영 기자
최영숙 교육생이 이기범 강사에게 졸업장을 받고 있다. 강우영 기자

최영숙 교육생은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맹은숙 교육생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찾기 위해 등산학교 문을 두드렸다.

“늦은 나이지만 바위에 대한 열정 하나로 용기를 냈어요. 6주간의 교육은 마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시야가 환하여 오듯이 배움을 통하여 눈이 떠지는 느낌과 같다고나 할까요. 코오롱 등산학교 정규반 강의내용 모두 유익했기에 처음 암벽등반에 입문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오래전 암벽등반을 시작해 산에 다니셨던 분들도 보수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규반에 들어와 6주간의 교육을 받은 것도 기쁘지만 67기 동기들을 만나게 된 것 역시 기쁜 일이에요. 나와 동료 간 안전한 등반을 위해 건승을 기원해요(3조 최영숙).”

“스포츠 클라이밍은 2년, 자연암벽(에코클럽)에 오른 지는 반년 정도 됐어요. 등반의 행위에 앞서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갖고 싶어서 코오롱 등산학교에 들어오게 됐어요. 그래야 좋은 친구처럼 오래도록 남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코오롱 등산학교는 등반의 기초, 산의 위험, 산악문학외에도 이론 수업과 암벽기술, 매듭법, 멀티피치 확보, 하강기술 등 실기교육이 적절하게 잘 구성되어 있는 거 같아요. 진짜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배우고 가요. 신념을 100% 찾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산서도 꾸준히 읽고, 운동도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찾겠죠(3조 맹은숙).”

“코오롱 등산학교는 등반의 나침반”

유은정 교육생은 등반학교가 마치 등반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았다고 말했다.

“독도법에서 내 위치를 파악한 후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판단을 내렸던 것처럼 (코오롱 등산학교는) 현재 내 위치, 방향을 잡아주었고 단순 암벽등반 기술만이 아닌 등반에 대한 전체적인 안목을 키워주어 (등반의) 숲을 볼 수 있게 해주었어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닌 스스로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 말이에요(5조 유은정).”

“어렴풋이 알았던 시스템을 확실히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어요(4조 이정인).”

“좀 추상적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코오롱 정규반은 이제 막 사회생활 첫발을 내디딘 아들에게 무덤덤하게 본인의 과거를 이야기해주시는 아버지와 같은 느낌이에요. 의욕만 앞서고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나에게 때로는 강사처럼 기술을 알려주고, 때로는 선배처럼 여러 경험을 공유해주고, 때로는 선생님처럼 바른길로 유도를 해주는 것 말이죠. 이런 모든 걸 알려주신 코오롱 등산학교 선생님들님 존경합니다(1조 이보현).”

“등반에만 집중하지 않고 매듭법, 문학, 등반역사, 응급처치까지 다방면에서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등반 외에도 산을 즐기는 다른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더욱 좋았어요(5조 조우주).”

”벽에서 발이 떨어져 내려올 줄이야“

최병욱, 황성하 교육생이 인수봉 정상에서 로프를 타고 하강하고 있다. 강우영 기자
최병욱, 황성하 교육생이 인수봉 정상에서 로프를 타고 하강하고 있다. 강우영 기자

기자와 함께 로테이션 구간을 돌았던 김현경 교육생은 졸업등반에서 하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전 등반 할 때마다 정신이 나가 있어서요. 정신없이 오른 기억만 있어요. 마지막 졸업등반 후 하강할 때 발이 벽에서 떨어지는 오버 구간이 있었는데 자일에만 의지해서 하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하강하면서 알았어요. 그때가 제일 무섭고 인상 깊었어요. 하하(2조 김현경).”

“등반기술과 이론을 습득하고 나아가 훌륭한 강사진, 그리고 동기들과의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최고의 교육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3조 양종찬).”

“산에서 윤재학 교장선생님이 이쪽저쪽 돌아다니시면서 주머니에서 간식을 꺼내 주시며 격려해주시던 기억이 나네요(5조 이혁락).”

“우리는 서로를 믿었다”

암벽등반을 단독으로 하는 등반가들도 있지만, 우리는 이제 막 한 피치 오른 초보 등반가다. 어려워 보이지 않은 암벽이라도 혼자서는 오를 수 없다. 윤재학 교장의 말처럼 우리는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다. 내 생명을 동료에게 맡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면식도 없이 만난 교육생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조원들과의 만남이 처음엔 너무 어색했어요. 긴장감에 입학 전날에는 잠이 안 올 정도였어요. 교육을 받으며 서로 호흡을 맞추고 또 동료를 믿고 바위를 오르면서 쌓인 신뢰가 이제는 몇 년 알고 지낸 듬직한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주중엔 늘 피곤하다가 주말이 다가오면 산 갈 기대감에 눈이 초롱초롱해지면서 생기가 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어요. 우리 이러는 거 산악인이 되어 가는 거 같다는 등. 하하(5조 오선자).”

“등산학교를 접수하고 나서 첫 수업이 있던 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 지각을 했어요. 수업시간이 지나 들어가 어색한 분위기에서의 첫 이론수업이 좀 지루하기는 했지만, 실습에 들어가면서 설레고 긴장도 되더라고요. 한 주 한 주 지날수록 수업시간 전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조원들과 만남도 즐거웠고 숙소에서 동기생들과 이야기꽃 피우는 것도 좋았어요. 무엇이든 함께 나누고픈 마음이 더 커지기에 지금 이 순간도 67기 6주간의 교육시간이 벅차고 가슴 따뜻하게 느껴져요(5조 이서영).”

“코오롱 등산학교 6주 동안 등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많은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고 행동할 수 있어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67기 여러분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안전등반하시기 바래요(3조 이동환).”

“코오롱 등산학교를 통해서 좋은 인연들을 만나고 산을 알고 나니 더 많이 좋아졌어요. 등반은 꼭 동반자가 있어야 하는데 서로의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운동이기에 함께했던 분들이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항상 안전산행하시고 산에서 자주 뵈었으면 해요(5조 김광오).”

“쉘 위 클라임?”

사람이 다니는 산길은 대체로 정해져 있지만, 그 길을 가는 사람은 모두 제각기 다르고 그때의 그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또 산행이 다르다. 같은 길이지만, 다른 길이기도 하다.

“제가 생각하는 산이요? 제게 있어 산과 바위는 오르지 못할 높이와 난이도를 무작정 오르기보다는 현실 속에서 가능한 산과 바위를 편안한 사람들과 즐겁게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산도 바위도 혼자는 힘들기에 동행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관심을 더 갖는거죠(3조 최영숙).”

“지금 이 순간도 주말의 수업시간이 있는 것처럼 여운이 남아 있어요. 무서움, 긴장, 추위 등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어서 좋았어요. 67기 졸업생들 모두 모두 보고 싶어요(5조 이서영).”

코오롱 등산학교 동행취재기를 모두 마칩니다. 6주 동안 함께 해주신 67기 교육생 여러분과 코오롱 등산학교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