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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좋은데 너 왜 날 싫어하니”
“난 네가 좋은데 너 왜 날 싫어하니”
  • 강우영 기자
  • 승인 2018.10.05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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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암벽등반 초보 탈출기
등산학교 정규반을 졸업하고 이제 막 암벽등반에 입문한 기자의 암벽등반 초보탈출기를 연재합니다. - 편집자주
 
춘클리지 개념도

 

누군가를 이렇게 격렬하게 사랑해 본 적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으리라.

너를 너무 사랑해 나는 너를 꽉 껴안고 놔주지 않았어.

난 너를 CC에서 처음 만났어.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해버렸지. 난 올곧고 반듯한 것보다 울퉁불퉁한 네가 좋았어. 처음엔 순조로웠어. 한 고개를 넘고 세 고개를 넘을 때까지 너에게 좀 더 가까워졌으니까.

네 번째 너에게 갔을 때 넌 정말 변해 있었어. 갑자기 싸늘하게 뒤돌아 곳곳이 선 너의 등을 보고 난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랐어. 손을 뻗어보지만, 그 어느 곳에도 널 잡을 공간은 없어 보였어. 넌 정말 완벽하게 날 외면했지.

그러다 문득 너에게도 틈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너의 약점을 찾아내 공격하고자 마음먹었지. 비록 네가 날 외면했지만, 난 널 사랑하기에 포기할 수 없었어.

난 포기할 수 없기에 잠시 너의 등에서 떨어져 모든 걸 내려놓고 심호흡을 했어. 너에게 다가간 세 번의 시도는 대단히 성공적이었어. 하지만, 이번만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어. 난 손을 털고, 털고, 또 털었어.

손을 털며 내 발을 보니 너무 불쌍해. 너에게 다가가기 위해 내 발보다 더 작은 신을 신고, 신발 끈까지 꽉 조였어. 내가 준비한 사랑이 이럴진대 넌 어찌하여 그리도 냉담할 수가 있니.

난 흐르는 땀이 눈에 들어가 눈조차 제대로 뜰 수가 없었어. 그마저 닦을 힘조차 없었어. 팔이 올라가야 말이지. 난 그저 너를 껴안고 숨만 내쉴 뿐이지.

“당신의 사랑은 아직 미완성”

나는 너를 오라고 하지도, 오지 말라 하지도 않았어. 난 여기 있은 지 오래거든.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작은 신발을 신고 무거운 등짐을 지고 머리에 무언가를 뒤집어쓰고 달려왔지만, 사실 네가 나의 첫사랑은 아니야. 나를 지나간 많은 너희들은 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더 한 고생과 노력을 했다는 걸 넌 아직 모르는 것 같아.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면 너보다 먼저 날 찾아온 너의 선배들에게 물어봐.

그러고 보니 너는 참 이기적이야. 넌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날 이기려고만 하잖아.

끈으로 조인 너의 발이 그리도 아프단 말이지. 피 좀 안 통한다고 금방 죽지는 않아. 너희는 내 몸에 가시보다 더한 쇠뭉치를 박아 넣었어. 너희가 그 아픔을 아는지 모르겠어. 네가 만약 새끼손가락만 한 쇠붙이가 365일 동안 박혀있다고 생각해봐.

난 그것 때문에 아프고 부서지고 조각나 나의 일부는 흩어져 먼지가 되었어.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만큼 난 변하지 않았어. 여전히 그 자리에서 너를 기다렸고, 너와 같은 또 다른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때론 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쳐 간 너희들도 있었어. 그들도 너처럼 나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지만, 너처럼 나를 한동안 안고 숨만 헐떡거린 또 다른 너도 많았어.

너에게 충고를 한마디 한다면 난 너의 사랑을 의심하지도, 미워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아. 넌 또 다른 그들이고, 너의 뒤에 또 다른 네가 날 찾아올 테니까. 너는 지금 시간이 필요하고, 긍지가 필요하고, 땀이 필요할 뿐이야. 살을 빼면 더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