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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전나무·단풍·억새 ‘1타3피’
민둥산, 전나무·단풍·억새 ‘1타3피’
  • 이두루 객원기자
  • 승인 2018.10.2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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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억새 풍경. 이두루 객원기자

산과의 교제를 1년 넘기면서 나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무릎이 많이 아프다. 다리가 그렇게 경고를 하는데도 지난 일요일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을 다녀왔다. 난이도가 ‘하’라 해서 아침 배낭을 쌀 때 등산스틱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길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갖고 온 결정은 정말 잘했다 싶었다.

산우들과 함께한 코스는 삼내약수~민둥산 정상~증산초교 구간으로 초입과 하산 경사길은 정말 가팔랐다. 돌아가신 엄마가 언제부턴가 올라가는 계단 보다 내려가는 계단을 힘들어하시는 걸 보면서 ‘이상하다 내려가는 게 왜 힘들지?’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가파른 하산길은 나의 무릎을 꽤 힘들게 했다.

출발하는 버스에서 리딩 대장이 억새로 유명한 산들을 나열하며 억새와 갈대의 차이점을 말씀해주셨다. 억새와 갈대의 차이점이 뭘까 생각은 해 본 적 있어도 어째 한 번도 찾아보지는 않았는지 이참에 드디어 알게 됐다.

1. 억새는 갈대보다 키가 작다.

2. 꽃 색깔이 흰색이다.

3. 갈대는 강가나 습지에 주로 피고 산 정상이나 들에 핀 것은 전부 억새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산행 아침 늑장 부려 버스 탑승장까지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님이 산행 복장을 한 나를 보며 “어디 좋은 산 가시나봐요?”하고 물으셔서 억새 보러 민둥산 간다고 했더니 노래의 ‘으악새가 슬피 운다는 말’의 ‘으악새’가 억새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아니 그건 새 이름 아니에요? 슬피 운다고 하면 새잖아요?”라고 했더니 억새가 몸을 부딪치며 내는 소리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억새만 생각하고 간 민둥산은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해 주었다. 전나무와 단풍과 억새.

초입과 하산길은 일자로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을 지나가기 때문에 피톤치드의 향을 느끼며 사진으로만 봤던 노르웨이 숲을 연상하게 했다. 그리고 전나무 숲을 지나고 나면 알록달록 화려하게 물든 단풍이 짠하고 나오고 최고 정상의 억새 군락지는 바람에 살살 흔들리며 보는 이의 마음까지 마구 흔들어댔다. 더욱이 인상적인 건 산정상 비석이 있는 곳에 빨간 우체통과 무료 엽서가 비치되어있는 것이었다. 우표까지 찍힌 엽서라 펜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글을 적어 사랑하는 사람한테 보내면 받는 사람이 얼마나 좋아할까 싶었다. 펜이 없는 난 엽서만 기념으로 챙겨왔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좋은 자리가 있어 산우들과 점심을 먹었다. 한 언니가 고구마순 김치를 먹으며 “김치 맛있다. 전에 그 언니가 또 보내준 김치 아냐?”하고 묻는데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줄곧 엄마 노릇을 자처해주는 언니의 김치이기 때문이다. 하산 후 버스 출발 전 잠깐 갖은 술자리에서 수면제 대용으로 마신 술은 착석 후 깊은 숙면으로 잠들게도 해주었지만, 중간에 들린 휴게소에서 다시 떠 오른 엄마 때문에 눈물이 어찌나 펑펑 쏟아지던지. 흐르는 눈물을 감추며 뛰어간 화장실에서 언니한테 전화해 고마워 고마워 하며 우는 난 결국 술주정 아닌 술주정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언니 왈 “너 술 안마시잖아, 대체 술 얼마나 마신거야?”라면서 엄마 얘기에 언니도 울고 나도 울고.

집 도착 후 샤워하고 누워있는 나의 무릎은 끊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산이 준 힐링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다. 다음 달은 어디 산으로 갈까? ㅋ